슬기로운 생활/뇌피셜 칼럼니스트

화상을 입고 난 후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

DOUX AMI 2022. 8. 31. 14:58

예전에 레스토랑 키친에서 일을 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뜨거운 파이프 옆에 밸브를 잠궈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파이프 분리를 안하고 돌리다가 팔뚝을 데였어요.

 

정말 잠깐 닿았다가 뜨거움에 놀라서 바로 뗐는데,

 

그런데도 살껍데기가 벗겨지고 바로 진물이 차오르며 화상을 입었죠.

 

그렇게 몇 일을 소독약과 밴드를 붙이고 살았고,

 

거의 한 달 가까이 고생했던 거 같아요.

 

 

아직도 팔뚝의 흉터를 보면 그 날이 생각나네요.

 

그 전까지 살면서 요리라곤 라면 끓이고 볶음밥 하는 거 정도밖에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생전 관심도 없던 주방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사뭇 낯설었죠.

 

게다가 그렇게 다치기까지 하고 나니 그 일이 더욱 싫어졌어요.

 

우스운 건 그 뒤로 오히려 일에는 더 자신감이 붙고 능숙해진 것이에요.

 

조심하면서 서두르지 않되 빠르고 과감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 뒤로 일 자체에는 더욱 자신감이 붙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상처가 낫는 동안 삶에 대한 관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하겠구나.

 

그래야 중간에 실패하거나 시련이 와도 굳게 견뎌내고 딛고 일어서서 나아갈 수 있겠구나."

 

 

요약하자면 이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죠.

 

동시에,

 

비단 요리 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 있어서 오랜기간 경험을 쌓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이겨내며 지나왔을지 궁금했어요.

 

그런 시행착오 실패의 아픔을 경험하므로써 사람은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아직도 내가 진정 원하는 내 인생의 목표, 모습이 뭔지 확실하게 찾지 못했지만,

 

어쩌면 사실 목표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삶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생 미완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내 자신의 이상향을 향해서 말이에요.

 

오늘 문득 내 팔뚝의 화상 흉터를 보며 이 포스팅을 남겨요.

 

 

물론 한 번 하면 지우기 쉽지 않으니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커버링 타투로 좀 가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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