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평일 오후
인적이 뜸해진 명동의 거리를 걷다가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운 광경에
그만 넋을 놓고 뭐에 홀린 듯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댄 곳은
바로 '명동성당'이었어요.
보통은 그 앞 길만 걸어 다녔어서
직접 언덕에 올라갈 일은 없었는데
서울에서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는 게
뭔가 찜찜하고 해서 한 번 올라가 봤어요.
언덕 밑에서 올려다 본 명동 성당은
마치 어느 유럽 마을의 성당 같이
이국적인 자태를 뽐내더라고요.
왼 쪽으로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기 전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너무나도
성당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서
한 컷 더 찍어 봅니다.ㅎ
이 곳의 유구한 역사를 세긴 현판이
대성당 건물 오른 쪽 출입구 앞에 놓여 있어요.
오른 쪽 영문 내용 읽으면서
짬짜미 영어 공부도 했네요.ㅎㅎ
건물 옆으로 있는 몇 개의
지하 성당 입구는 전부
코로나 관련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혀 있었고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건물 안에는
굳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대성당 건물 뒷모습 이에요.
에어컨 실외기를 제외하면
중세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ㅎ
대성당 뒷 편에 있는
성모무염시태상이에요.
Immaculate Conception
원죄 없는 잉태라는
천주교의 교리가 적힌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몇 몇 분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봤어요.
바로 왼 편에는 봉헌초놓는 곳이 있어요.
사진 오른 쪽의 봉헌함에 천 원을 내고
왼쪽에서 알아서 초에 불 붙여서 넣어 두면 돼요.
한 시간 단위로 정리한다고 써있네요.
대성당 건물 왼편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기념비가 있어요.
참고로 이 분은
1846년 천주교 장로들이 들어 올 수 있는
항로를 그려 중국으로 보내려다가
관헌들에게 체포되어
그 해 9월 15일 사형된 것으로 전해지네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성인으로 시성했어요.
돌아나오는 길에 보이는
거대한 석상 조각은
종교도 없는 저에게도
뭔가 찡한 마음 속 여운을 남기네요.
대성당 본 건물을 둘러보고 내려오다가
문득 올라가던 길 오른편에도
여러 건물이 있는 걸 봤어요.
그 중 하나가
서울대교구 역사관이었는데요.
그 건물 앞에 놓인 조각상은
빛이 드리워져서
절로 경외감을 솟아오르게 하더라고요.
역사관 앞에 놓여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뜰이 하나 있는데요.
예전 건물터 같은 것이 발견되었는지
유리창으로 뒤덮어 놨어요.
그 것보다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요.
하나는 브뤼기에르 주교 묘비에요.
초대 조선 교구장이셨다는데,
중국 횡단 중 뇌일혈로 만주에서 돌아가셨다네요.
유해는 1931년에 만주에서
용산의 성직자 묘지로 이장되었데요.
나머지 하나는
타임캡슐인데요.
2068년에 저걸 연다는데
그 때 제가 저걸 지켜볼 수 있을까요?ㅠ
마지막으로 교구청을 지나
또 한 번 성모마리아 상을 보고
그 뒤편 계단으로 내려왔어요.
참 짧았지만
뭔가가 마음 속을 헤짚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헝클어진 속을 차분히 빗어 놓은 것 같기도 한
나름 평온한 서울 속 작은 여행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든 생각은,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서로를 편 가르고 미워할까요?
사랑을 얘기하는 종교 조차도
서로를 적대하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아마도 이 뉴스 때문에 더 그랬나봐요.
"종교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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