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생활/뇌피셜 칼럼니스트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목매는 이유

DOUX AMI 2020. 8. 10. 23:40

 

 

십몇년을 공부해도 입이 안떨어져요

 

초등학교 6년 + 중학교 3년 + 고등학교 3년.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교육받는 최소한의 기간이 12년이죠.

 

그런데도,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유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승진이나 이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목매고 살아요.

 

 

예전에는 토익이라는 시험으로 영어 수준을 평가받았는데,

 

그게 너무 듣기 & 읽기에만 편중되어있다 보니

 

정작 토익 점수가 높아도 영어 회화를 못하더라 라는 문제제기가 일자

 

이후에는 토익 스피킹, OPIc 같은 회화 시험으로

 

평가의 방향이 바뀌었죠.

 

그럼, 그렇게 해서 영어 실력이 보편적으로 발전했느냐?

 

그랬으면 사람들이 그토록 영어 공부에 여전히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쏟아 붇지 않겠죠?

 

저 역시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지도 않을 거구요.

 

2018 전 세계 토익스피킹 응시자 보고서 [YBM/한국토익위원회]

 

왜 우리는 한국에서 한국인과 생활하며 사는데 영어에 목매는 걸까요?

 

지금이야 방송이나 전국 방방곡곡에 외국인들이 많아졌지만,

 

한국은 옛날부터 단일민족을 강조할만큼 단일화된 민족국가이고,

 

살면서 굳이 영어를 써야하는 직업군의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죠.

 

저는 몇 가지 특수성이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봐요.

 

 

1. 미군정으로 광복된 국가 상황

 

미국의 도움으로 광복을 맞이하고,

 

친일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득권 세력은 미군정에 줄을 데었죠.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만들어졌다고 봐요.

 

 

2. 치열한 경쟁 사회

 

이미 광복은 70년도 더 이전 일이고,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만족스러울리 없죠.

 

우리 내부의 원인은 바로 치열한 경쟁이라고 생각해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사는 나라에서,

 

당연히 일자리도 수도권에 편중되고,

 

그 안에서 학업성적 만큼이나 의미있게 잣대를 댈 수 있는게

 

자기계발이라는 명목하에 외국어 성적일테니까요.

 

진짜 외국인과 영어 대화가 아닌 토익 점수가 목적인

 

영어 공부를 우리는 몇 년이나 해왔나요.ㅎㅎ

 

 

3. 학구열

 

이건 사실 위에 말한 경쟁사회의 한 모습이기도 해요.

 

좋은 회사에 취업하려면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국영수 성적이 좋아야한다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논리, 다들 아시잖아요.

 

 

4. 성실함과 노력의 과시

 

앞서 계속 얘기하는 경쟁사회에서

 

내가 남보다 나은 모습을 뭘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해요.

 

출신대학, 성적으론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죠.

 

남들과 다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는데,

 

이 안에서 내가 얼마나 더 성실하고

 

남보다 더 자기계발에 열중했는지를 보여주려는 거죠.

 

(요즘 대학에서는 이런 이유로 각종 공모전 참여가 불티나죠ㅎ)

 

 

그럼, 이렇게 영어에 목매는 현상이 문제냐?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영어를 올바르게 배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시험 성적을 위해 단어를 줄줄 외우고,

 

문법 형식을 외우고, 문장 패턴을 암기하는 학습은

 

올바른 외국어 학습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요.

 

언어라는 건,

 

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민족의 문화를 배우는 거잖아요.

 

영어권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배워야 할 영어는

 

정작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영어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모른다면 공부해도 써먹지 못할테니까요.

 

불명확한 목적 잘못된 방법의 만남

 

지금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문제다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채로

 

여전히 대한민국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영어 학원에 불을 밝히고 있네요.

 

대치동 학원가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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