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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15

습작 #28

이별의 순간 누군가와의 헤어짐은 이별의 말을 입에 올릴 때 시작된다고 믿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때 시작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둘 다 틀렸다는 걸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헤어짐은 서로의 마음이 엇갈린다는 걸 느낄 때 그때부터 시작되었더라 그 순간의 감정을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내 착각이라 애써 위로하면서 이제와 돌이켜보니 우리들의 헤어짐은 처음 만난 그 순간 예정되어 있던 것

습작 #18

유년 아무것도 몰랐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저 먹고 자고 울고 웃고 엄마 품이 좋아 파고들 뿐 아빠 등이 좋아 메달릴 뿐 기지도 못하던 아기가 걷고 달리면서 친구를 알아간다 그렇게 조금씩 부모 품을 벗어나면서 어느샌가 낮에도 꿈을 꾼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지 생각도 많고 고민은 더 많다 그렇게 흘러가는 푸른 날 중 하루 마음속에 처음으로 누군가 들어온 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마음을 전하지 못했더래도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더래도 이제는 훌쩍 커버렸다

습작 #17

Four Seasons - 겨울 ​밤 사이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로 온 세상 근심 걱정 지우고 나니 거리마다 꽃잎이 한가득 쌓였어요 ​ ​또 한 살 나이 먹는 게 두려웠는데 ​그 마음 무색하게 들뜬 거리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여요 ​ ​귓가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 ​늦은 밤거리마다 입고 있는 불빛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 ​이번 겨울 나의 영화는 당신과 함께 해피엔딩이 될까 ​조심스레 기대해 봐요

습작 #16

Four Seasons - 가을 하늘은 늘 그렇듯 파랬고 바람은 여느때와 같이 시원했는데 내 푸르던 순수함은 어느새 익어가네요 짝사랑의 가슴시린 아픔도 첫사랑의 달콤했던 순간도 미소로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어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새벽 공기와 두 뺨을 어루만지는 저녁 바람이 다시 나를 설레게 하네요 초저녁 달빛아래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매달린건 내 수줍은 마음 당신곁에 내려앉아 함께 걷고 싶어요

습작 #15

Four Seasons - 여름 가만히 있어도 지치게 만들고 잠 조차 못들게 만드는 그대의 뜨거운 열정 당신의 꿈을 닮아 푸르른 저 하늘은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하네요 상쾌한 줄 몰랐던 바닷바람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따스한 모래 밤낮으로 소란스런 노랫소리마저도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고 무엇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는 이 꿈이 그저 끝나지 않기만 바래요

습작 #14

Four Seasons - 봄 까맣던 고독과 시렸던 코 끝이 살랑 부는 바람에 걷혀지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이 녹아 내렸어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가벼워진 겉옷 위에 살포시 앉아 새로운 향기를 내게 전해주네요 미소가 싱그러울 수 있다니 초저녁 노을과 꽃향기 그리고 밤공기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다니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나는 당신에게로 가 앉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은 기억조차 없어요

습작 #12

사랑에 빠진 밤 눈 앞에 있는 듯 머리위로 쏟아질 듯 하늘 위에 힘껏 솟구쳐오른 별들 따스한 조명처럼 켜지더니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순간 금세 어둠 속으로 젖어들고 마는구나 작은 불똥이 튀어 오르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개로 불어나고 하늘 가득 화려하게 피어난 Fireball Lily 눈에 가득 담고 있노라면 큰 소리로 이내 나를 부르고 연기만 놔두고 홀연히 떠나갔다 오늘 당신을 만나면 주려고 작은 소원 하나 주머니에 살포시 넣어 온 나는 한참 동안 돌아간 것도 모르고 넋을 잃고 빈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그래도 좋은 오늘 밤 내가 사랑에 빠진 밤

습작 #11

가난하다는 것 가난하다는 건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갖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황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기 싫은 일을 먹고 살기위해 하는데 그렇다고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감히 품지 못하고 한참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달라진 것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 없어보인다 내 손 안에 창문 너머 보이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삶과 여유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비교 그건 가난이 아니라 결핍이다 나를 믿지 못하는 자존감의 결핍 가진 것에 만족 못하는 여유의 결핍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결핍 정말 가난하다는 건 어깨 위에, 다리에 묶인 무게가 다르다 진짜 가난은 그런 것이다

습작 #9

대오각성 (大悟覺醒) 나이 사십은 불혹이라하고 오십은 지천명이라 하더니 그 즈음에 다다르니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무언가 깨달아지는 것들이 있더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 했던 시도들 내 논리로 따지고 들어 옳고 그름을 따져 물었던 젊은 날의 치기어린 내 모습들이 조금 많이 부끄럽고 쑥쓰럽구나 나랑 조금 다른 생각이나 행동도 그러려니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들에게 내 기준을 들이밀기보다는 그냥 거리를 두고 멀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들은 옳은말 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옳다고 믿을 뿐이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잖아 모든 사람이 내 마음같지 않고 세상일이 모두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지

습작 #8

그냥 사세요 세상은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시련의 비바람을 뿌리다가도 가끔씩은 따스한 햇살과 달콤한 과실을 맛 보여 주기도 한다 세상은 변덕이 심하다 그걸 알면서도 덩달아 일희일비하는 당신 그냥 이 파도에 몸을 맡겨 보길 열심히 말고 주변 사람과 경쟁하지 말고 한 번쯤은 그냥 흘러가보길 단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건데 기쁜 일에는 아이처럼 환하게 마음껏 즐거워하고 슬픈 일에는 바닥까지 퍼내어 놓고 슬퍼해보고 우울한 날에는 내 안의 나와 온종일 마주해보고 화나는 날에는 땀으로 잠으로 흘러 내버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강물을 따라 흐르다 보면 언젠간 당신도 깨닫는 날이 오기를 어차피 인생은 당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그럼에도 얼마든지 원하..

습작 #7

게임 인생은 게임이더라. 타고 나길 잘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그런 게임. 엔딩을 보는게 목표였지만, 보고 나면 허무함이 간질간질 가슴 속에 흩날릴 뿐. 사실은 거기까지 가는 동안의 그 순간순간이 게임을 하는 의미이자 목표였구나. 돈 많은 사람 현질하는 것 부러워 하지 말자.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돈이 많은 다른 사람이나 돈이 없는 내가 아니라, 그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니까. 온라인 게임이 유행하게 된 건 인터넷이 발달해서가 아닌것 같다. 혼자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으니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이지 않았을까? 외로운 사람은 인생이 더 멀고 길게 느껴지듯이.

습작 #4

기침 노오란 하늘 아래 역 앞 골목 뒤 자욱한 담배 연기 재빠르게 옆을 빗겨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나를 때리면 따끔하게 시작되는 기침 아프지 않아도 아픈 나날 평생 나아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 헛된 희망으로 함께하는 불편한 동거인 마침내 푸른 날 하늘을 올려다보고 맑은 공기에 가슴을 펴 보니 스산한 바람 소리에 마음이 기울며 어느새 잦아드는 기침

습작 #3

마음이 늙는다 사람은 언제 늙나요? 누가 당신에게 물어본다면 언제라고 대답하실래요? 나이가 환갑이 넘었을 때 머리가 하얗게 세었을 때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어요 더 이상 새로운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때 배우기를 멈췄을 때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어릴 적 꿈과 희망을 잊어버렸을 때라고요 자꾸 요행만 바라는 지금의 저를 가리키면서 말이죠 복권 한 장에 늙어버린 나를 발견한 오늘

습작 #2

도망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던데 문득 그 말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새벽 이렇게 무작정 달아나도 될까 나는 누구에게 묻고 있는걸까 달님과 별님을 친구 삼아 오가던 길에 너를 두고 갈 수 없어서 그만 도망쳐버렸다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은 마음에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희망을 찾아 떠난 곳에서 절망을 만나면 그 땐 어디로 가야 할까 달아나고 또 달아나도 제자리에 있는 건 사실 트레드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결과일까 아무 대답 없는 나에게 내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