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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7

습작 #12

사랑에 빠진 밤 눈 앞에 있는 듯 머리위로 쏟아질 듯 하늘 위에 힘껏 솟구쳐오른 별들 따스한 조명처럼 켜지더니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순간 금세 어둠 속으로 젖어들고 마는구나 작은 불똥이 튀어 오르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개로 불어나고 하늘 가득 화려하게 피어난 Fireball Lily 눈에 가득 담고 있노라면 큰 소리로 이내 나를 부르고 연기만 놔두고 홀연히 떠나갔다 오늘 당신을 만나면 주려고 작은 소원 하나 주머니에 살포시 넣어 온 나는 한참 동안 돌아간 것도 모르고 넋을 잃고 빈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그래도 좋은 오늘 밤 내가 사랑에 빠진 밤

습작 #11

가난하다는 것 가난하다는 건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갖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황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기 싫은 일을 먹고 살기위해 하는데 그렇다고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감히 품지 못하고 한참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달라진 것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 없어보인다 내 손 안에 창문 너머 보이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삶과 여유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비교 그건 가난이 아니라 결핍이다 나를 믿지 못하는 자존감의 결핍 가진 것에 만족 못하는 여유의 결핍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결핍 정말 가난하다는 건 어깨 위에, 다리에 묶인 무게가 다르다 진짜 가난은 그런 것이다

습작 #8

그냥 사세요 세상은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시련의 비바람을 뿌리다가도 가끔씩은 따스한 햇살과 달콤한 과실을 맛 보여 주기도 한다 세상은 변덕이 심하다 그걸 알면서도 덩달아 일희일비하는 당신 그냥 이 파도에 몸을 맡겨 보길 열심히 말고 주변 사람과 경쟁하지 말고 한 번쯤은 그냥 흘러가보길 단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건데 기쁜 일에는 아이처럼 환하게 마음껏 즐거워하고 슬픈 일에는 바닥까지 퍼내어 놓고 슬퍼해보고 우울한 날에는 내 안의 나와 온종일 마주해보고 화나는 날에는 땀으로 잠으로 흘러 내버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강물을 따라 흐르다 보면 언젠간 당신도 깨닫는 날이 오기를 어차피 인생은 당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그럼에도 얼마든지 원하..

습작 #6

헤어질 결심 같이 있어도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뭘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우리 핸드폰이 없었다면 좀 달랐을까 널 너무 편하게 만든 내 잘못일까 아니면 날 이렇게 만든 네 잘못일까 나도 똑같은 마음이라 그게 제일 싫어 어딜 보고 있는지 예전의 우리가 그리운데 기억이 나지 않아 흐릿한 추억을 억지로 붙잡느라 미간이 찌푸려져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걸 가야할 길도 이미 정해져버린 것 같네 이대로 휩쓸려서 도착할 그 곳이 두려워 너를 부르는 내 눈빛이 너는 정말 안들리니

습작 #5

별과 달 별 하나에 행복 달 하나에 포근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순간에 너의 눈동자 속에서 나를 보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움직이는 나 고단한 새벽도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어느 하루는 맑고 푸른 하늘이 눈물이 흐를만큼 시렵더라 너에게 내가 있듯이 나에게도 작지만 포근한 나무가 두 그루였다 네가 좋아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어릴 적 나무 그늘을 떠올려본다 오늘은 별 하나에 추억 달 하나에 그리움

습작 #4

기침 노오란 하늘 아래 역 앞 골목 뒤 자욱한 담배 연기 재빠르게 옆을 빗겨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나를 때리면 따끔하게 시작되는 기침 아프지 않아도 아픈 나날 평생 나아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 헛된 희망으로 함께하는 불편한 동거인 마침내 푸른 날 하늘을 올려다보고 맑은 공기에 가슴을 펴 보니 스산한 바람 소리에 마음이 기울며 어느새 잦아드는 기침

습작 #1

고통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에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오롯이 즐거움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고민과 번뇌, 그리고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절반을 살았어도 여전히 갈팡질팡 살아가는게 제일 힘든 고통이더라 어떤 것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어떤 것은 돈으로도 해결이 안되고 새벽녘 애먼 노트북 자판만 바쁘구나 그래도 이 사람아,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올라가면 내려오고 밀물 뒤엔 썰물인데 그러나 아이야, 잠든 네 얼굴에는 구름 한 점이 없구나 줄 것 없는 내 손은 네 볼만 자꾸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