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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8

습작 #30

마지막 눈물 갓 태어난 아기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먼 길 떠나가는 자식의 뒷모습을 보며 흘리던 어머니의 눈물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삶의 시련 속에서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걸어오셨을까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거울 속 울상 짓는 나를 쳐다본다 저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무기력과 자기혐오가 나를 울린다 내가 아닌 눈물이 운다 내일은 달리질 나를 위해 오늘의 나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눈물을 함께 흘려보냈다

습작 #22

나는 나를 아는가 어느 날 저녁 잠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내가 궁금해져 내게 물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 과연 나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뭘 할때 제일 행복한지 어떤 때 제일 화가 나는지 가장 소중한 추억은 뭔지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앞으로 가장 도전하고 싶은 일이 뭔지 열번 스무번 질문들을 대뇌이면서 내가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봤다 비록 오늘 대답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수도 있겠지만 마치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서서 거울 속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듯이 그렇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을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 가져봤다 문득 세월이 흘러가며 내 모습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마주..

습작 #19

청년 사랑도 알고 이별도 안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든 할 수 있을것만 같고 뭐든 이룰 수 있을것만 같은데 달라지는 것 없는 하루 하루 가슴 속 깊이 간직한 꿈을 누구에게도 쉬이 꺼내 보이기 어려운 까닭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어쩌면 아직 진짜 꿈을 못찾았기 때문이다 현실의 문제가 두 눈을 가려버렸기에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동도 말도 조심스러워진다 자유로운만큼 책임은 무겁다 사랑은 잊었고 아픔만 진하게 묻어있다 그렇게 무거운 한발을 또 내딛는다

습작 #17

Four Seasons - 겨울 ​밤 사이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로 온 세상 근심 걱정 지우고 나니 거리마다 꽃잎이 한가득 쌓였어요 ​ ​또 한 살 나이 먹는 게 두려웠는데 ​그 마음 무색하게 들뜬 거리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여요 ​ ​귓가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 ​늦은 밤거리마다 입고 있는 불빛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 ​이번 겨울 나의 영화는 당신과 함께 해피엔딩이 될까 ​조심스레 기대해 봐요

습작 #16

Four Seasons - 가을 하늘은 늘 그렇듯 파랬고 바람은 여느때와 같이 시원했는데 내 푸르던 순수함은 어느새 익어가네요 짝사랑의 가슴시린 아픔도 첫사랑의 달콤했던 순간도 미소로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어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새벽 공기와 두 뺨을 어루만지는 저녁 바람이 다시 나를 설레게 하네요 초저녁 달빛아래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매달린건 내 수줍은 마음 당신곁에 내려앉아 함께 걷고 싶어요

습작 #10

똥 내가 뱉은 말들 내가 쓴 글들 내가 네게 충고랍시고 쏟아 낸 모든 것들 나는 정말 너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까 너를 위하는 내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좀 다르게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우정 사랑 인생 아기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는 동안의 시간 그 시계를 두 바퀴나 돌리고도 나는 저 세가지를 도통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았던 것도 같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쓰고 뱉은 건 다 똥이었나 보다 또 한참 시계를 돌리고 나면 이렇게 무언가 깨달은 듯 했던 말들도 사춘기 소년의 일기처럼 느껴질까 아무렴 어때 개똥도 철학이라 불러주는데 지금은 그냥 훌훌 비워내보자

습작 #9

대오각성 (大悟覺醒) 나이 사십은 불혹이라하고 오십은 지천명이라 하더니 그 즈음에 다다르니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무언가 깨달아지는 것들이 있더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 했던 시도들 내 논리로 따지고 들어 옳고 그름을 따져 물었던 젊은 날의 치기어린 내 모습들이 조금 많이 부끄럽고 쑥쓰럽구나 나랑 조금 다른 생각이나 행동도 그러려니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들에게 내 기준을 들이밀기보다는 그냥 거리를 두고 멀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들은 옳은말 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옳다고 믿을 뿐이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잖아 모든 사람이 내 마음같지 않고 세상일이 모두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지

화상을 입고 난 후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

예전에 레스토랑 키친에서 일을 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뜨거운 파이프 옆에 밸브를 잠궈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파이프 분리를 안하고 돌리다가 팔뚝을 데였어요. 정말 잠깐 닿았다가 뜨거움에 놀라서 바로 뗐는데, 그런데도 살껍데기가 벗겨지고 바로 진물이 차오르며 화상을 입었죠. 그렇게 몇 일을 소독약과 밴드를 붙이고 살았고, 거의 한 달 가까이 고생했던 거 같아요. 아직도 팔뚝의 흉터를 보면 그 날이 생각나네요. 그 전까지 살면서 요리라곤 라면 끓이고 볶음밥 하는 거 정도밖에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생전 관심도 없던 주방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사뭇 낯설었죠. 게다가 그렇게 다치기까지 하고 나니 그 일이 더욱 싫어졌어요. 우스운 건 그 뒤로 오히려 일에는 더 자신감이 붙고 능숙해진 것이에요. 조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