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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18

유년 아무것도 몰랐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저 먹고 자고 울고 웃고 엄마 품이 좋아 파고들 뿐 아빠 등이 좋아 메달릴 뿐 기지도 못하던 아기가 걷고 달리면서 친구를 알아간다 그렇게 조금씩 부모 품을 벗어나면서 어느샌가 낮에도 꿈을 꾼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될지 생각도 많고 고민은 더 많다 그렇게 흘러가는 푸른 날 중 하루 마음속에 처음으로 누군가 들어온 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마음을 전하지 못했더래도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했더래도 이제는 훌쩍 커버렸다

습작 #17

Four Seasons - 겨울 ​밤 사이 피어난 하얀 꽃송이들로 온 세상 근심 걱정 지우고 나니 거리마다 꽃잎이 한가득 쌓였어요 ​ ​또 한 살 나이 먹는 게 두려웠는데 ​그 마음 무색하게 들뜬 거리가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어 보여요 ​ ​귓가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 ​늦은 밤거리마다 입고 있는 불빛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 ​이번 겨울 나의 영화는 당신과 함께 해피엔딩이 될까 ​조심스레 기대해 봐요

습작 #13

위로 누구에게든 받고 싶었기에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믿었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만족하지 못했다 드넓은 밤하늘 속에서 나 하나만 남은 초라한 이 시간을 꿈처럼 깨고 일어나고 싶어라 파고드는 이불 속도 시린 날 따뜻하게 나를 채워 줄 무언가 그게 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구나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오늘 말 건낼 사람 하나 없는 나는 결국 내 곁에 있는 나를 안아 준다

화상을 입고 난 후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

예전에 레스토랑 키친에서 일을 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뜨거운 파이프 옆에 밸브를 잠궈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파이프 분리를 안하고 돌리다가 팔뚝을 데였어요. 정말 잠깐 닿았다가 뜨거움에 놀라서 바로 뗐는데, 그런데도 살껍데기가 벗겨지고 바로 진물이 차오르며 화상을 입었죠. 그렇게 몇 일을 소독약과 밴드를 붙이고 살았고, 거의 한 달 가까이 고생했던 거 같아요. 아직도 팔뚝의 흉터를 보면 그 날이 생각나네요. 그 전까지 살면서 요리라곤 라면 끓이고 볶음밥 하는 거 정도밖에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생전 관심도 없던 주방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사뭇 낯설었죠. 게다가 그렇게 다치기까지 하고 나니 그 일이 더욱 싫어졌어요. 우스운 건 그 뒤로 오히려 일에는 더 자신감이 붙고 능숙해진 것이에요. 조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