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창작 8

습작 #22

나는 나를 아는가 어느 날 저녁 잠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내가 궁금해져 내게 물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아는지 과연 나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뭘 할때 제일 행복한지 어떤 때 제일 화가 나는지 가장 소중한 추억은 뭔지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앞으로 가장 도전하고 싶은 일이 뭔지 열번 스무번 질문들을 대뇌이면서 내가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봤다 비록 오늘 대답한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수도 있겠지만 마치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서서 거울 속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듯이 그렇게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을 세상에서 태어나 처음 가져봤다 문득 세월이 흘러가며 내 모습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마주..

습작 #16

Four Seasons - 가을 하늘은 늘 그렇듯 파랬고 바람은 여느때와 같이 시원했는데 내 푸르던 순수함은 어느새 익어가네요 짝사랑의 가슴시린 아픔도 첫사랑의 달콤했던 순간도 미소로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어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새벽 공기와 두 뺨을 어루만지는 저녁 바람이 다시 나를 설레게 하네요 초저녁 달빛아래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매달린건 내 수줍은 마음 당신곁에 내려앉아 함께 걷고 싶어요

습작 #15

Four Seasons - 여름 가만히 있어도 지치게 만들고 잠 조차 못들게 만드는 그대의 뜨거운 열정 당신의 꿈을 닮아 푸르른 저 하늘은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하네요 상쾌한 줄 몰랐던 바닷바람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따스한 모래 밤낮으로 소란스런 노랫소리마저도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고 무엇 하나 설레지 않는 것이 없는 이 꿈이 그저 끝나지 않기만 바래요

습작 #14

Four Seasons - 봄 까맣던 고독과 시렸던 코 끝이 살랑 부는 바람에 걷혀지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이 녹아 내렸어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가벼워진 겉옷 위에 살포시 앉아 새로운 향기를 내게 전해주네요 미소가 싱그러울 수 있다니 초저녁 노을과 꽃향기 그리고 밤공기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다니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나는 당신에게로 가 앉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은 기억조차 없어요

습작 #10

똥 내가 뱉은 말들 내가 쓴 글들 내가 네게 충고랍시고 쏟아 낸 모든 것들 나는 정말 너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까 너를 위하는 내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좀 다르게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우정 사랑 인생 아기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는 동안의 시간 그 시계를 두 바퀴나 돌리고도 나는 저 세가지를 도통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았던 것도 같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쓰고 뱉은 건 다 똥이었나 보다 또 한참 시계를 돌리고 나면 이렇게 무언가 깨달은 듯 했던 말들도 사춘기 소년의 일기처럼 느껴질까 아무렴 어때 개똥도 철학이라 불러주는데 지금은 그냥 훌훌 비워내보자

습작 #7

게임 인생은 게임이더라. 타고 나길 잘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그런 게임. 엔딩을 보는게 목표였지만, 보고 나면 허무함이 간질간질 가슴 속에 흩날릴 뿐. 사실은 거기까지 가는 동안의 그 순간순간이 게임을 하는 의미이자 목표였구나. 돈 많은 사람 현질하는 것 부러워 하지 말자.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돈이 많은 다른 사람이나 돈이 없는 내가 아니라, 그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니까. 온라인 게임이 유행하게 된 건 인터넷이 발달해서가 아닌것 같다. 혼자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으니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이지 않았을까? 외로운 사람은 인생이 더 멀고 길게 느껴지듯이.

습작 #2

도망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던데 문득 그 말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새벽 이렇게 무작정 달아나도 될까 나는 누구에게 묻고 있는걸까 달님과 별님을 친구 삼아 오가던 길에 너를 두고 갈 수 없어서 그만 도망쳐버렸다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은 마음에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희망을 찾아 떠난 곳에서 절망을 만나면 그 땐 어디로 가야 할까 달아나고 또 달아나도 제자리에 있는 건 사실 트레드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결과일까 아무 대답 없는 나에게 내가 묻는다

습작 #1

고통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에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오롯이 즐거움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고민과 번뇌, 그리고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절반을 살았어도 여전히 갈팡질팡 살아가는게 제일 힘든 고통이더라 어떤 것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어떤 것은 돈으로도 해결이 안되고 새벽녘 애먼 노트북 자판만 바쁘구나 그래도 이 사람아,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올라가면 내려오고 밀물 뒤엔 썰물인데 그러나 아이야, 잠든 네 얼굴에는 구름 한 점이 없구나 줄 것 없는 내 손은 네 볼만 자꾸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