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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시인 4

습작 #11

가난하다는 것 가난하다는 건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갖지도 먹지도 못하는 상황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기 싫은 일을 먹고 살기위해 하는데 그렇다고 형편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감히 품지 못하고 한참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달라진 것 없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 없어보인다 내 손 안에 창문 너머 보이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삶과 여유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비교 그건 가난이 아니라 결핍이다 나를 믿지 못하는 자존감의 결핍 가진 것에 만족 못하는 여유의 결핍 미래에 대한 자신감의 결핍 정말 가난하다는 건 어깨 위에, 다리에 묶인 무게가 다르다 진짜 가난은 그런 것이다

습작 #10

똥 내가 뱉은 말들 내가 쓴 글들 내가 네게 충고랍시고 쏟아 낸 모든 것들 나는 정말 너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까 너를 위하는 내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좀 다르게 얘기했으면 어땠을까 우정 사랑 인생 아기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는 동안의 시간 그 시계를 두 바퀴나 돌리고도 나는 저 세가지를 도통 모르겠다 예전에는 알았던 것도 같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쓰고 뱉은 건 다 똥이었나 보다 또 한참 시계를 돌리고 나면 이렇게 무언가 깨달은 듯 했던 말들도 사춘기 소년의 일기처럼 느껴질까 아무렴 어때 개똥도 철학이라 불러주는데 지금은 그냥 훌훌 비워내보자

습작 #9

대오각성 (大悟覺醒) 나이 사십은 불혹이라하고 오십은 지천명이라 하더니 그 즈음에 다다르니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무언가 깨달아지는 것들이 있더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 했던 시도들 내 논리로 따지고 들어 옳고 그름을 따져 물었던 젊은 날의 치기어린 내 모습들이 조금 많이 부끄럽고 쑥쓰럽구나 나랑 조금 다른 생각이나 행동도 그러려니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들에게 내 기준을 들이밀기보다는 그냥 거리를 두고 멀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들은 옳은말 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옳다고 믿을 뿐이다 사실 이미 알고 있었잖아 모든 사람이 내 마음같지 않고 세상일이 모두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지

습작 #7

게임 인생은 게임이더라. 타고 나길 잘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그런 게임. 엔딩을 보는게 목표였지만, 보고 나면 허무함이 간질간질 가슴 속에 흩날릴 뿐. 사실은 거기까지 가는 동안의 그 순간순간이 게임을 하는 의미이자 목표였구나. 돈 많은 사람 현질하는 것 부러워 하지 말자.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건 돈이 많은 다른 사람이나 돈이 없는 내가 아니라, 그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니까. 온라인 게임이 유행하게 된 건 인터넷이 발달해서가 아닌것 같다. 혼자 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으니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이지 않았을까? 외로운 사람은 인생이 더 멀고 길게 느껴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