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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활동 9

습작 #24

쉬어가자 어차피 인생은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기는 것 아무도 결과를 모르고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내가 고른 선택이 있을 뿐 어떤 결과도 미리 기대하고 실망할 필요 없다 호수에 뜬 달이 이쁘다고 건져갈 수 없는 것처럼 봄바람이 달콤하다고 가져갈 수 없는 것처럼 흘러가는 과정에서 그저 즐기고 가는 게 인생이니까 쉬어가자 천천히 쉬었다 가자

습작 #16

Four Seasons - 가을 하늘은 늘 그렇듯 파랬고 바람은 여느때와 같이 시원했는데 내 푸르던 순수함은 어느새 익어가네요 짝사랑의 가슴시린 아픔도 첫사랑의 달콤했던 순간도 미소로 되돌아볼 여유가 생겼어요 옷깃을 여미게 하는 새벽 공기와 두 뺨을 어루만지는 저녁 바람이 다시 나를 설레게 하네요 초저녁 달빛아래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애처로이 매달린건 내 수줍은 마음 당신곁에 내려앉아 함께 걷고 싶어요

습작 #14

Four Seasons - 봄 까맣던 고독과 시렸던 코 끝이 살랑 부는 바람에 걷혀지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이 녹아 내렸어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가벼워진 겉옷 위에 살포시 앉아 새로운 향기를 내게 전해주네요 미소가 싱그러울 수 있다니 초저녁 노을과 꽃향기 그리고 밤공기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다니 당신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나는 당신에게로 가 앉고 나니 기나 긴 외로움은 기억조차 없어요

습작 #8

그냥 사세요 세상은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시련의 비바람을 뿌리다가도 가끔씩은 따스한 햇살과 달콤한 과실을 맛 보여 주기도 한다 세상은 변덕이 심하다 그걸 알면서도 덩달아 일희일비하는 당신 그냥 이 파도에 몸을 맡겨 보길 열심히 말고 주변 사람과 경쟁하지 말고 한 번쯤은 그냥 흘러가보길 단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건데 기쁜 일에는 아이처럼 환하게 마음껏 즐거워하고 슬픈 일에는 바닥까지 퍼내어 놓고 슬퍼해보고 우울한 날에는 내 안의 나와 온종일 마주해보고 화나는 날에는 땀으로 잠으로 흘러 내버리고 그렇게 하루하루 강물을 따라 흐르다 보면 언젠간 당신도 깨닫는 날이 오기를 어차피 인생은 당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그럼에도 얼마든지 원하..

습작 #6

헤어질 결심 같이 있어도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 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는다 뭘 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우리 핸드폰이 없었다면 좀 달랐을까 널 너무 편하게 만든 내 잘못일까 아니면 날 이렇게 만든 네 잘못일까 나도 똑같은 마음이라 그게 제일 싫어 어딜 보고 있는지 예전의 우리가 그리운데 기억이 나지 않아 흐릿한 추억을 억지로 붙잡느라 미간이 찌푸려져 그래서 더 머리가 아픈 것 같아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걸 가야할 길도 이미 정해져버린 것 같네 이대로 휩쓸려서 도착할 그 곳이 두려워 너를 부르는 내 눈빛이 너는 정말 안들리니

습작 #5

별과 달 별 하나에 행복 달 하나에 포근함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순간에 너의 눈동자 속에서 나를 보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움직이는 나 고단한 새벽도 반갑기만 하다 그러나 어느 하루는 맑고 푸른 하늘이 눈물이 흐를만큼 시렵더라 너에게 내가 있듯이 나에게도 작지만 포근한 나무가 두 그루였다 네가 좋아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어릴 적 나무 그늘을 떠올려본다 오늘은 별 하나에 추억 달 하나에 그리움

습작 #3

마음이 늙는다 사람은 언제 늙나요? 누가 당신에게 물어본다면 언제라고 대답하실래요? 나이가 환갑이 넘었을 때 머리가 하얗게 세었을 때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어요 더 이상 새로운 걸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때 배우기를 멈췄을 때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어릴 적 꿈과 희망을 잊어버렸을 때라고요 자꾸 요행만 바라는 지금의 저를 가리키면서 말이죠 복권 한 장에 늙어버린 나를 발견한 오늘

습작 #2

도망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던데 문득 그 말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새벽 이렇게 무작정 달아나도 될까 나는 누구에게 묻고 있는걸까 달님과 별님을 친구 삼아 오가던 길에 너를 두고 갈 수 없어서 그만 도망쳐버렸다 어디든 여기만 아니면 될 것 같은 마음에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희망을 찾아 떠난 곳에서 절망을 만나면 그 땐 어디로 가야 할까 달아나고 또 달아나도 제자리에 있는 건 사실 트레드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결과일까 아무 대답 없는 나에게 내가 묻는다

습작 #1

고통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에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오롯이 즐거움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고민과 번뇌, 그리고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절반을 살았어도 여전히 갈팡질팡 살아가는게 제일 힘든 고통이더라 어떤 것은 돈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어떤 것은 돈으로도 해결이 안되고 새벽녘 애먼 노트북 자판만 바쁘구나 그래도 이 사람아,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올라가면 내려오고 밀물 뒤엔 썰물인데 그러나 아이야, 잠든 네 얼굴에는 구름 한 점이 없구나 줄 것 없는 내 손은 네 볼만 자꾸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