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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4

습작 #26

존재의 이유 ​ 만약 신이라는 존재를 만난다면 딱 세 가지를 묻고 싶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여기에 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듣는다면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알 것 같다 ​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나만의 이유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쫓아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 ​누군가와의 인연은 왜 생겼을까 ​​그 시점 그곳에서 그렇게 인연이 생기고 끊어졌는지 ​ ​왜 어떤 인연은 좋은 기억을 주었고 어떤 인연은 나를 힘들게 했는지 ​​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만 메아리로 남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습작 #24

쉬어가자 어차피 인생은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기는 것 아무도 결과를 모르고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내가 고른 선택이 있을 뿐 어떤 결과도 미리 기대하고 실망할 필요 없다 호수에 뜬 달이 이쁘다고 건져갈 수 없는 것처럼 봄바람이 달콤하다고 가져갈 수 없는 것처럼 흘러가는 과정에서 그저 즐기고 가는 게 인생이니까 쉬어가자 천천히 쉬었다 가자

습작 #23

답이 없다 누구도 알려주지 못하고 정답이 없다 답이 하나도 아니다 ​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더라 사십년이 넘어서도 못 찾은 내 인생의 답 사실은 원래부터 없었던걸지도 그래 답이 원래 있긴 한걸까 내 눈에 부러운 저 사람도 불만이 있고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이라는데 ​ ​답이 없는 이곳에서 ​답도 모르고 답을 찾는 ​이 답답한 사람아

습작 #20

중년 한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사십고개 넘어 반백년이 되었구나 웃을 일도 화날 일도 줄어들어 탈처럼 굳어진 건 내 마음일까 얼굴일까 내 어릴 적을 그대로 닮은 내 소중한 아이의 눈을 보며 내 부모님의 마음을 이제야 안다 나중에 커서 효도하겠다던 호언장담 그때는 몰랐지 나중은 없다는 걸 너무 미안해하지 마라 부모님도 알고 계셨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걸 어머니 당신이 안아준 따스한 품 이제는 제가 나눠주렵니다 아버지 당신이 짊어지셨던 그 짐 이제는 제가 울타리가 되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