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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세이 3

습작 #27

설레임 당신을 처음 만나러 가던 날 길고도 짧았던 그 길 가는 내내 궁금했던 당신 어디 가서 뭘 먹으면 좋을지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지 미리 준비했던 모든 게 실타래가 되어있었죠 그 실타래는 당신을 본 순간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준 그 순간 물에 담은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렸어요 그날 그 순간을 기준으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났어요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이 매 순간 당신을 생각하며 보고 싶고 목소리가 듣고 싶고 만나고 싶은 짜릿한 나날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수수께끼 같은 당신에게 나는 취해있었나 봐요 다시 한번 더 나를 취하게 해 줘요

습작 #26

존재의 이유 ​ 만약 신이라는 존재를 만난다면 딱 세 가지를 묻고 싶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여기에 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을 듣는다면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알 것 같다 ​ ​그러나 그것은 오로지 나만의 이유일 것이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쫓아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 ​누군가와의 인연은 왜 생겼을까 ​​그 시점 그곳에서 그렇게 인연이 생기고 끊어졌는지 ​ ​왜 어떤 인연은 좋은 기억을 주었고 어떤 인연은 나를 힘들게 했는지 ​​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만 메아리로 남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습작 #24

쉬어가자 어차피 인생은 흐르는 물에 내 몸을 맡기는 것 아무도 결과를 모르고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내가 고른 선택이 있을 뿐 어떤 결과도 미리 기대하고 실망할 필요 없다 호수에 뜬 달이 이쁘다고 건져갈 수 없는 것처럼 봄바람이 달콤하다고 가져갈 수 없는 것처럼 흘러가는 과정에서 그저 즐기고 가는 게 인생이니까 쉬어가자 천천히 쉬었다 가자